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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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삐삐와 함께한 북유럽 여행
ech***
202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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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찌어찌 13시간의 긴 비행 끝에 헬싱키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 시작이라는 여행의 설레임이 저 가슴속 밑바닥에서 스멀거리지만 나의 현실은 가이드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 코펜하겐 행 비행기에 올랐다.

 

덴마크에서는 잠시 가이드가 현지 가이드로 바뀌어 시내를 구경했다. 

덴마크 시청사도 보고, 니하운 운하 구경도 했다. 현지에 사는 가이드라 현지 설명이 정말 생생하다.

청명한 하늘, 그보다 더 푸른 운하를 따라서 뱃놀이라니, 신선놀이가 따로 없다.

덴마크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예쁜 건물들을 조화롭게 짓는 것이지?

 

 

눈을 들면 청명한 하늘, 나무들도 자연들도 이쁘고, 옆을 보면 조화롭고 아름다워 휴대전화 사진기를 들이밀게 되는 건물들,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만 마주치면 왜 이리 또 미소를 짓는 것인지. 넉넉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라서인가? 이 나라 참, 매력적이다!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것은 나만의 이기적 생각이 아니라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생각들은 어찌 그리 합리적인지, 오래된 종이 공장은 이제 아파트로 변신하여 멋스러움과 역사를 간직하고, 폐건물 하나 허투루 부수지 않고 조화롭게 합리적으로 변신시킨다. 또 바다(?)에 둥둥 뜬 오페라 하우스 건물 꼭대기에서 다이빙 대회를 연다니 이 무슨 역발상인가! 환경과 조화, 낭만까지 간직한 덴마크의 마인드가 현지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귓속에 쏙쏙 들어왔다.

 

밤에는 크루즈를 타고 노르웨이로 건너왔다.

이 나라도 역시 매력적이다. 경작지는 3%도 안 된다는 나라, 염소가 양처럼 행세하는 자연,

아직 산에 남아있는 눈 때문인지 어느 곳에 가더라도 산골짜기에서 갑작스런 시원한 물줄기를 만나고 이 물들이 모여 도란도란 흐른다. 자작나무와 멋스러운 침엽수들.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숲에서 어떤 영감을 얻었기에 그런 제목을 남겼을까? 버스 안에서 생각해 보았지만 답은 찾지 못했다. 

노르웨이 일정 중 나에게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개인적으로 급체를 해서 프레이스케스톨렌 트레킹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너무나 아쉬웠지만 남은 일정이 더 길게 남았기에 몸을 추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함께 온 여행객들을 손 흔들어  산으로 보낸 뒤 나 혼자 일대를 탐색했다. 풍광 좋은 곳에 자리잡은 호텔 커피숍에서 혼자 커피도 시켜먹고, 베이스캠프 상점에서 쇼핑도 하고 호수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정상에 다녀온 일행들은 혓바닥처럼 생긴 절벽에서 푸른 물의 피요르드를 감상하고 너무나 멋진 사진들을 담아서 내려왔다. 풍광이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한다. 부러웠지만.... 부러우면 지는 것, 남은 일정을 즐기자. 다행히 혼자 쉬는 동안 몸은 안정을 찾았다. 전날 실자라인의 선상 뷔페의 연어 맛이 꿀맛이었다던데, 딱, 기다려! 너, 바이킹라인!

 

아주아주 오래 전 옛날, 거대한 빙하가 꿈틀꿈틀 썰매 타듯이 이 길을 지나갔을 모습을 지금에도 유추해 볼 수 있는 하당에르 피요르드, 그리고 귀여운 열차와 함께 우리들의 낭만을 끄잡아내는 플롬 열차! 플롬 열차 관광에서는 정말 요정이 나타났었다. ㅎㅎㅎ.

‘헤야~ 디야~’로 시작하는 음악과 함께 폭포 옆에서 빨간 옷을 입은 여인이 나타나서 한바탕 춤사위를 풀고 또 홀연히 사라졌다. 나에게는 그 음악이 ‘에헤라 디야’ 하는 무슨 타령처럼 느껴졌는데 같이 간 일행 한 명은 정말 신비로움 속에 빠졌었다고 한다. 외국 사람들은 요정이라고 표현하지만 우리 식으로 하면 선녀 혹은 처녀귀신이 아닐까 라는 혼자만의 생각도 해보았다.(그러니 남자들은 홀려서 잡혀간다고 하지) 

 

 

다음날은 게이랑에르, 송네 피오르드, 뵈이야빙하를 보았다.

게이랑에르에서 바라본 7자매폭포... 날씨에 따라 9자매가 된다고도 한다. 정말 물 풍족국가라는 것이 느껴지는 풍경들이다. 이날도 청명한 하늘 푸른 자연, 맑은 바다, 말해 무엇 할까? 사진 한 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뵈이야 빙하를 보러 가는 길에는 가이드님이 이곳 기후가 툰드라 기후라는 것도 설명해주었다. 우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보는 툰드라를 잠시나마 경험하다니, 정말 신기하기 그지없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호벤 말굽이 있는 호벤산의 전망 좋은 카페! 이곳은 하느님이 세상 구경을 하고 싶을 때 찾는 카페라고나 할까? 피요르드와 산, 그리고 천하가 내 발밑에 있는 것 같은 곳에서 커피 한잔! 

 

 

자연을 헤치지 않고 보존하는 노르웨이에서 이 높은 곳에 카페 짓기를 허락한 것은 이 멋진 풍경을 담아가라는 노르웨이 관광청의 특별한 배려일지도 모른다. 아! 케이블카 옆에서는 바이킹의 민족 답게 호기로운 사람들이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와! 피요르드를 품어내는구나. 하지만 나는 무서워서 이만!

 

뵈이야 빙하는 동절기에는 길이 열리지 않아 볼 수 없는데 우리가 이곳에 도착하기 이틀 전에 길이 열렸다니 정말 날씨의 요정이 우리를 따라다니며 우리 여행에 큰 몫을 해주었다. 프레이스케톨렌에서도 그리고 여행 내내 비 한 번 오지 않아 사진 찍기에는 최적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눈이 차 높이까지 쌓아올려진 곳을 지나가니 우리가 노르웨이의 사계절을 다 경험해보는 것 같았다. 

다랭이길 같은 이글로드를 지날 때는 우리 버스기사의 운전실력에 감탄하였다. 가이드는 겨울에 한번 더 노르웨이에 와서 오로라를 한번 보라고 했다. 정말 얼마나 환상적일까? 자연이 선사하는 레이저 쇼 정말 기대된다.

 

다음날은 오슬로 시청사와 뭉크박물관을 갔다. 뭉크야 세계적 작가니까 한 번 봐줘야 한다는 생각에 갔는데 뭉크가 이렇게나 밝은 그림들을 그렸다니 정말 사람은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가 보다. 우리는 ‘절규’밖에 잘 모르는 화가였는데 미술관 한 벽면을 가득 채운 그 아름다운 그림 ‘태양’은 정말 현지 가이드의 말대로 연간권을 끊어서 오고 싶게 만드는 그림이었다. 

아쉬운 건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뿐! 30분 단위로 ‘절규’의 다른 버전을 보여주어서 3개의 ‘절규’ 그림을 보고 나왔다. 비겔란조각공원에서는 그 귀여운 아이 ‘앵그리 보이’도 보았다. 오슬로 시청사는 우리가 방문한 날이 일요일이어서 내부를 볼 수 없었으나 성인식을 마치고 이제 갓 어른이 된 청년과 전통의상을 입은 축하객들도 볼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스웨덴으로 옮겨갔다. 이렇게 간단히 타국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스웨덴에 도착해서는 스톡홀름 시청사를 방문했다. 한마디로 이곳을 표현하자면 “스톡홀롬 시청사가 아트했네”이다. 

 

그 웅장하면서도 정교하고 아름다운 황금의 방, 그리고 서양에서도 이렇게 음양 조화를 생각하고 건물을 짓다니 신기할 뿐이었다. 작년 12월에 우리나라의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블루홀과 곳곳의 장식, 그리고 애국심이 절로 나오게 하는 시의원들이 일하는 공간 등! 우리나라 작가도 노벨상을 받았으나 우리 일행에게는 더 의미가 깊었고 현지 가이드 또한 한국인으로서 뿌듯했다는 말을 들었다. 

 

시청사 앞으로는 시원한 물이 펼쳐져 있고 사람들이 휴식을 즐길 만한 공간이 있어 정말 운치 있고 다시 찾고 싶은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1628년에 침몰했다는 왕실 전함 바사호를 보면서 3백년 전에 15분만의 항해 끝에 인양되어 육지에서 세계인을 맞이하는 화려하고도 웅장한 목선 바사호도 구경하고 감라스탄 구시가지를 누볐다. 감옥카페 옆에는 예전에 쏘았던 대포알이 그대로 박힌 건물도 보았다.  

저녁에는 항구로 이동해 바이킹라인을 탔다. 지난번에는 선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샅샅이 즐길 수 있었다. 더 쾌적하고 안락한 4인실 선실을 2명이 사용할 수 있었고, 석양과 함께 즐기는 선상 뷔페, 그리고 여행 기념품을 살 수 있는 면세점까지. 시간이 부족한 게 한이라면 한이랄까!

아쉬운 선상에서의 1박을 마지막으로 핀란드 투르쿠 항에 도착했다. 핀란드의 국민작가인 시벨리우스를 기념하는 공원에서 사진도 찍고, 100년이 넘은 카페에서 시나몬 빵도 먹었다. 이곳에는 석모도의 갈매기 같은 까마귀(?)들이 있다. 빵을 던져주면 폴짝 날아서 받아먹는 묘기도 부린다. 까마귀도 전통의 빵맛을 알다니!

그리고 원로원광장! 이곳은 내가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봤던 곳이라 왠지 더 반가웠다. 납작복숭아와 살구도 있고 수제로 직접 만들었다는 핀란드 기념품들도 샀다. 

 

여행 중 가장 긴 시간을 노르웨이에서 지냈어도 하루키의 답은 찾지 못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노르웨이의 숲, 유럽을 떠나 지금 한국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노르웨이의 숲이 그립다. 내가 찾은 노르웨이의 숲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그것을 그리는 인간의 그리움인 것 같다. 이제 한국에 온 지 3일차인데... 그립다, 노르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