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
소중한 고객님의 후기를 기다립니다.

몽골에 도착해 처음 마주한 찬 공기와 풍경은 숨이 막힐 만큼 시원했습니다. 고개만 돌리면 동물과 초원이 가득한 나라. 이래서 몽골에 오는구나 싶었어요.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 위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는 말과 소, 양 떼의 모습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로웠습니다.
여행 내내 가장 큰 축복은 앙카 가이드님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이동 시간이 길었음에도 지루할 틈이 전혀 없었어요. 가이드님은 몽골의 역사와 문화를 단순히 설명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이야기로 풀어내 주셨습니다. 몽골인들은 날씨를 이기려 하지 않고, 그저 날씨를 달래려는 민족이라는 말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가이드님이 유목민 마을에 약속을 잡으면서 “2시에 갈게요”라고 했더니, 할아버지가 웃으며 “니가 뭔데 자연을 거스르고 시간 약속을 잡으려고 하느냐”라고 말씀하셨다는 일화였습니다. 그 순간, 시간조차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몽골인의 태도를 실감할 수 있었죠.
실제로 그 말이 떠오른 순간이 있었습니다. 일정 내내 비가 오다 말다 하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조금 당황했지만 게르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저녁 먹고 나오니, 하늘 위로 커다란 무지개가 떠올랐습니다. 잠시 전까지 회색이던 풍경이 눈부신 색으로 물드는 장면은, 마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같았어요. 그때 “날씨를 다스리려 하지 않고, 날씨를 달래려고 한다”는 말의 의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승마 체험, 테를지 국립공원의 탁 트인 풍경, 아리야발 사원의 고즈넉한 분위기, 유목민 체험과 허르헉 만찬, 울란바토르의 역사적 명소들까지… 어느 하나 빠짐없이 알찬 일정이었습니다. 특히 몽골에서 우유가 맑은 마음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우유 차를 마셨을 때, 단순한 음료가 아닌 문화 자체를 함께 들이킨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자면, 전통 공연 시간에는 잠깐 빠져서 커피나 마실까 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내가 이걸 안 봤으면 정말 후회했겠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샤먼댄스와 흐미(목노래)가 울려 퍼질 때는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에너지와 진동은, 몽골이라는 땅의 영혼을 제 안에 그대로 새겨 넣는 듯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제 남자친구의 생일을 기념해 떠난 특별한 여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축하를 준비한 건 저였지만, 정작 여행을 통해 저까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초원에서 보낸 시간, 유목민과의 만남, 어린 나이의 볼이 빨간 멋진 마부들, 공연의 여운까지… 모든 순간이 서로에게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문화와 철학을 온몸으로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가이드님과 동행들 덕분에 평생 기억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빠릿빠릿한 일상과 속도감 있는 문화에 적응하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몽골을 찾게 된다면 그때는 마음에 더 많은 여유를 가지고, 몽골인의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여행해보고 싶습니다.